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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7년도_입상_[영화와 사회심리]_윤소연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7122
1. “엄마,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부모님에게 학교수업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일상대화의 주제에서 벗어난지 오래였다. 정확한 이유를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대학의 수업은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라기 보다는 알고 있는 학습에 대한 심화이기 때문에가 이유인 것 같다. 그러니깐 학창시절, 처음 과학 실험실에 들어가 비이커와 스포이트로 소금 결정을 만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에게 오늘 배웠던 과학에 대해 이야기 펼치던 그때의 내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부모님과의 대화가 막연해질 때 즈음, 잊고 지내던 학창시절의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강의가 있었다. 바로 윤소연 교수님의 ‘영화와 사회심리학’ 강의이다.

2. “About Social psychology"

     심리학 이라는 이름이 포함 돼 있지만 이 강의는 심리학과 학생들을 위한 강의가 아니다. 타 학과 학부생들에게 교양과목으로 설치된 강의이다. 교수님은 이 점에 대해 깊게 생각하시고 학기 초반 부분을 심리학에 대한 학문적 접근 방법을 제시하는데 시간을 할애하신다. 비전공자들이 ‘심리학’에 관해 떠올릴 때, 대게 한 사람이 생각하고 그것에 따라 세상에 반응하는 일종의 현상을 다루는 학문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심리학은 이러한 현상 기술에 지나는 것이 아니라, 이 현상이 왜 일어났으며 또한 세계 어디에서든 적용되는 보편성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수치로 증명이 가능한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실험을 토대로 사회에 일어나는 심리현상의 보편성을 증명하고 수치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심리학이다. 이렇게 심리학에 대한 학문으로서의 접근이 학생들에게 완전히 받아들여지고 나면 사회심리학을 크게 8개의 주제로 나눈 뒤, 점진적인 이해교육으로 한 학기를 진행하신다. 먼저, 한 개인이 사회에 속해있을 때에 자신의 성격, 태도, 가치관이 사회(타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회 영향’ 챕터, 다음으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 대한 ‘대인 관계’ 챕터, 마지막으로 이 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집단에 관한 ‘집단과 영향’ 챕터까지. 이처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가장 작은 개체인 ‘나’로부터 ‘집단’까지에 개체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사회심리학의 전반을 점진적인 이해교육으로 진행하신다. 하지만 이 단계는 이론의 연속이기에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아마 그렇기에 이 강의의 교육 도구로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듯 싶다. 수업 중간에 교수님께서 준비하신 영화의 한 장면, 짧은 뉴스, 30초짜리 광고 는 학생들에게 이론에 대한 실제적인 설명을 대신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또한 심리학 교수로서 실제로 겪은 세상의 일들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설명해 주시는 교수님의 스토리텔링 부분은 왜 윤소연 교수님이 사회심리학을 전공하신 후에 집단 상담사나 혹은 기업 상담사로 일하시지 않고 대학 교수로 직업을 선택하셨는지 몸소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래도 비전공 학부생들이다보니, 수업을 한 번 듣고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항상 수업이 끝난, 수요일 저녁 시간에 따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미리 명확하게 공지해주셨다. 이 시간을 질문의 시간으로 따로 지정해두시고 학생의 질문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확실하게 이해교육 시키기 위해 이렇게 시간을 지정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는 학생으로서 교수님에 대한 신뢰와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교양과목이라도 비전공 학부생들의 입장까지 생각하면서 한 학기 강의를 계획하는 건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기의 시작부터 수업이 끝난 후 시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시는 교수님의 노력이 있다면 가능한 일이었다.

3. “한 학기가 지난 후 세상을 바라보면.“

      서문에 밝힌 바와 같이, 이 강의는 마치 학창시절 과학을 처음 배우는 그 순간과 매우 닮아있다. 살아가면서 세상에 있는 현상을 그저 말하는 것은 꽤 쉬운 일이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 날 길가에 차를 세우고 열렬히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우리는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그 사람을 보며 “사고라도 낫나? 욕까지 하고 있네” 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거나 옆 사람에게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인지적-신연합주의 (인간의 공격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좌절이 자동적으로 공격성을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판단과정을 거쳐 공격성을 보인다는 이론)를 토대로 이 상황을 분석해 볼 수 있다. 자세히 상황을 들여다 보니 두 개의 차량이 붙어 있지만 접촉 사고가 난 상황은 아니다. 그렇다면 지금 공격성을 보이고 있는 사람의 공격성은 어떠한 요인에 기인했을까? 차량 뒷 자석을 보니 겁에 질린 어린 아이와 노모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사실상 사고가 나거나 위협적인 행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노모를 차에 태우고 있던 사람은 심각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적 요인에 근거한 어떤한 판단과정을 통해 공격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지적-신연합주의로 설명할 수 있다. 
     한 학기동안 강의를 듣고 나면 우리는 이러한 방식으로 세상에 있는 사람과 관련된 기본적인 현상들을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배움의 기쁨이거니와 세상을 보는 눈이 확장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이렇게 좋은 강의 혹은 영화와 책을 느끼면서 깊은 영감을 받고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 나아지지만 이내 얼마 못가서 한 번도 느껴 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강의, 책 , 영화의 내용을 모조리 잊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이 잊혀져 갈 때마다 다시 영화를 틀고 책을 펼쳐본다. 나에겐 이 강의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책과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다시 듣고 싶은 명강의’라는 에세이 공모전을 통해 이 강의를 내 마음 속 깊숙이 클래식처럼 남기려고 한다. 내 마음에 ‘영화와 사회심리학’ 이라는 책이 항상 꽂혀져 있기를 그리고 다시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강의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