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_입상_[논리란 무엇인가]_송하석 교수
제목: 논리란 무엇인가 ‘논리는 과연 무엇인가요?’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교수님이 질문을 던지셨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에 일순간 당황했지만, 답은 의외로 정확하게 정의되어 있었다. 논리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신 뒤에 교수님께서는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수강 목적, 수강 동기 등을 여쭤보셨다. 마이크를 들고 원천관 강당을 누비시던 교수님은 이윽고 내 앞에 멈추셨고 나는 ‘토론 수업을 통해 부족한 논리력을 깨닫고, 이 수업을 통해 논리력을 보강하고 이론적으로 무장하고 싶다.’ 라는 식의 대답을 했다. 그리고 내 대답을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는 간결하게 ‘논리적 사고 연습’ 이라는 학습 목표를 제시하시며 첫 수업을 마무리하셨다. 수업 전반의 내용은 신문 사설을 분석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었다. 논리학적 지식 몇 가지를 배우고 이를 이용하여 주어진 예제 문제를 풀어가는 식의 수업진행이 대부분이었고, 크게 한 파트가 끝나는 시점에 퀴즈를 통해서 배운 내용을 점검하는 식으로 학기가 흘러갔다. 수업 내용은 논증과 추론, 논리학의 역사, 연역과 귀납, 타당성과 건전성, 논증의 재구성, 논증의 오류 등에 대해 배웠다. 진도의 흐름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지난 시간의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수업에 대해 지장이 가는 식이었다. 이는 어느 교양과목이나 그렇겠지만,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거나, 복습을 꾸준히 해오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수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간단한 복습만을 해왔던 학생들과 큰 격차를 불러일으켰다. 누군가 이 수업에 가장 기억이 남는 점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수강 학생들 모두 입을 모아 ‘적극적인 학생과의 상호작용’ 이라 말할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수업의 대부분을 예제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데에 할애하셨고, 수업이 진행되었던 원천관 강당을 자유롭게 활보하시며 거의 전원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학생의 태도와 관계없이 진행되던 몇몇 교양강의들과는 다르게, 참여 학생 전원의 몰입도를 높이게 되었다. 복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나 수업 중에 잠깐 집중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수님이 가까이 다가오실 때의 그 공포감을 몇 번 맛보게 되면 자연스레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교수님의 학생과 상호작용 하기 위한 노력은 결국 학생들의 높은 수업 참여율을 낳게 되었다. 단순히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의문이 생길 때에 언제든지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수업 중 교수님과 예제의 해석에 대해서, 혹은 퀴즈 문제의 해석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 장면은 학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에 관해 두 가지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나는 중간고사 문항 답의 정오처리에 관한 문제였는데, 내가 쓴 문장이 중의적으로 해석되어 교수님과 장장 3번의 수업에 걸쳐 토론을 했던 일이었다. 배점이 큰 문항이었고, 정답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수업에 들어오기 전 교수님을 설득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었고, 결국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두 번째 토론은 학기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였다. 낙태와 관련된 두 가지 논증을 읽고 두 논증의 차이와 그 타당성에 대해 묻는 문제였는데, 정답으로 제시된 논리외에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논리도 옳다고 생각될 수 있는가로 문제제기를 했었다. 이때는 결국 내 주장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느끼게 되었지만, 이런 식으로 교수님과 토론을 해보지 않았다면 그런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논리란 무엇인가 과목은 쪽지시험, 중간고사, 기말고사, 세 번의 과제 등 평가요소가 상당히 많은 수업이었다. 매 시험의 평가는 다음 수업시간에 각 문항에 대해 풀이를 진행하고 이의신청을 받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위에 언급했듯이 정오 판정이 번복되기도 하거나, 전원 정답 처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논리 과목의 특성상 학습과 평가에는 ‘논리적 요소의 해석’이 매우 중요했고 이렇게 평가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했던 논리 요소를 채워나갈 수 있었고 이것이 수업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기 초의 수업에서 제시되었던 학습 목표였던 ‘논리적 사고의 연습’은 결국 3번의 과제에 의해 실현되었다. 교수님께서는 학기 중간마다 학생들에게 ‘신문 사설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며 실제 과제 또한 신문 사설의 분석 및 논증 재구성을 내주셨다. 평소 기자들 혹은 전문가들이 쓴 글들에는 거의 오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신문 사설을 따와서 한 줄 한 줄 분석하자 헛웃음이 나왔다. 어린아이가 떼쓰듯이 주장만을 늘어놓은 사설도 있었고, 논증 중간 과정에서 교묘하게 오류가 섞여서 물흐르듯 넘기는 사설도 있었다. 이처럼 수업을 들으면서 배웠던 여러 논증의 오류들, 타당성의 평가 방법들을 실제 우리가 읽는 신문에 적용하면서 수업의 기승전결이 갖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수업의 마지막을 장식할 결 단계는 우연한 기회에 다른 수업에 찾게 되었다. 전공 과목이었던 의과학 기초연구1 과목에서는 의학 상식과 관련한 기사에 대해 논증과 사실을 구별하며 논증에 대해 평가하라는 과제가 제시되었다. 논리란 무엇인가 수업에서 배웠던 다양한 논증의 오류들과 평가 방법을 전공과 관련된 글에 적용하면서 이 수업을 수강하면서 글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논리란 무엇인가는 월요일과 수요일 점심시간대에 수업이 배치되어있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물론이고 추가적인 쪽지시험, 과제들, 그리고 높은 성적 기준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힘든 수업으로 소문이 나있다. 하지만 1년간의 학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밀도 높은 의미있는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고, 수업 방식의 특이성 때문에 항상 흥미진진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대학교 교양강좌 중 명강의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힘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직접 느끼게 하고, 교수님의 지성으로 그 앞길을 보여주는 식의 진행은 교양 강의에서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수업일 것이다. 앞으로의 교양수업에서 송하석 교수님을 다시 뵙기는 어렵겠지만 예과2년 동안 들을 수 있는 많은 교양 강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일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