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22학년도_입상_[서양음악사]_채수아 교수

  • 최승규
  • 2023-06-08
  • 842
제목: 현대까지 퍼지는 서양 고전음악의 아름다움

 ‘서양음악사’ 강의는 전면 대면으로 이루어졌고, 큰 강의실에서 ppt 시청각 자료를 통해 수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TV 광고, 예능, 영화나 드라마 작품 등에서 익히 들어본 클래식 음악들을 대부분 유명한 부분의 멜로디만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에 그칠 뿐, 제목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이 과목은, 이렇게 귀로만 스쳐 지나갔던 음악들을 본격적으로 마주하고 매체에서 1분도 채 되지 않게 스쳐 지나갔던 음악들에 깊이 다가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과목이었다. 여태까지는 유명한 서양 고전음악을 스쳐 지나가듯이 들어보기만 했다면 이제는 직접 음악의 제목을 검색해보고, 귀 기울여 들어볼 수 있도록 서양음악에 깃든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고대 음악부터 20, 21세기의 음악까지 시대별 음악들을 한 학기에 모두 배운다는 것은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서양 고전음악의 발전 과정을 핵심 내용 위주로 배울 수 있는 과목이었기에 전혀 지루하고 긴 과정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어떻게 음악의 스타일이 달라지는지 그 변천사를 머릿속에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던 과목이었다. 
 이 과목에서는 단순히 음악을 시대별로 열거해놓은 것을 공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대별 음악의 특징과 주요 악기, 음악의 진행 형식, 작곡법 등 음악을 뜯어보면서 듣는 귀를 익히게 해주었다.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닌, 작곡가가 누구이며 어떤 특징을 지닌 작곡가인지, 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어떤 주제를 가지고 있고, 어떤 악기가 쓰이는지 등을 귀 기울여 듣는 태도를 길렀다. 예를 들어, 예전에 에릭 사티의 대표곡 <짐노페디>를 들을 때면, 마음은 편안해지지만, 곡이 유명한 데에 비해 곡이 너무 단조롭고 기교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이제는 이 곡의 작곡가 에릭 사티가 음악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던 사람임을 알게 되었으니, <짐노페디>를 듣는 태도를 바꿀 수 있었다. 방대한 스케일이 특징인 바그너의 음악에 묻어나는 낭만주의 음악의 열정, 그리고 시적이고 암시적인 인상주의 음악의 섬세함을 모두 떠나 명료함을 추구하고자 했던 모습이 <짐노페디>에 잘 묻어남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곡이 화려한 기교 없이 반복되는 피아노 멜로디를 통해 단순 명료함을 나타낸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퀸즈 갬빗> 속 인물이 에릭 사티의 다른 곡인 <그노시엔느>를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다른 인물과 대화를 하는 이유도, 자신의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남기를 바랬던 에릭 사티의 특징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니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 과목을 들으면서 클래식 음악들이 오늘날 매체들에서 다양하게 사용된 점들이 인상 깊었다. 특정 장면에 삽입될 곡을 현대에 새로 작곡한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클래식을 사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몰랐다. 이 수업을 듣고 알게 된 해당 음악들에 대한 정보를 통해, 해당 음악과 삽입된 장면 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예시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에튀드 중 4번 <마제파>는 오늘날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악역 ‘천서진’이 분노를 표출할 때 연주된다. 왜 많은 곡 중 마제파가 사용되었을까?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당시 최고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자랑하던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답게, 마제파를 포함한 12곡 모두 매우 높은 수준의 기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성과 표현력을 요구한다고 한다. 아마 ‘천서진’의 분노와 광기를 표현하기에 화려하고 악마적인 기교를 쏟아내는 이 곡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두 번째, 카미유 생상스의 모음곡 ‘동물의 사육제’ 중 7악장 <수족관>은 흐르는 물과 헤엄치는 물고기 모습을 묘사하여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나타낸다. ‘동물의 사육제’는 각종 동물을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게 묘사한 작품이므로, 이 중 하나인 <수족관> 역시 신비로운 바닷속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음악으로 나타낸 ‘표제음악’의 형태를 띤다. 이는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인어의 목소리를 따라 호수 안으로 들어갈 때 나오는 OST의 모티브가 되어 신비로움을 고조시켰다. ‘수족관’이 어떤 이미지를 그려내는 음악인지에 대해 알고 나니 왜 이 장면에 <수족관>이 모티브가 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쇼팽의 <에튀드 op 10 no. 5>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검은 건반으로 친 부분을 반음 올려 흰 건반으로 치는 방식으로 피아노 배틀을 하는 장면을 만든다. 쇼팽의 이 곡은, 검은 건반에서의 손의 움직임을 원활히 하기 위한 연습곡이다. ‘배틀’을 해야 하는 영화의 상황이니만큼, 검은 건반을 흰 건반으로도 편곡하여 배틀의 난이도를 올리는 대결 구도를 보이기 위해 이 곡을 사용한 것 같다. 이렇게 서양음악사 수업을 통해서 왜 이 음악이 이 장면에 쓰이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장면이 더 인상 깊게 남기 위해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서양음악사 수업을 통해 원곡을 다양하게 편곡한 곡들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어,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제2번 b단조 중 3악장 <라 캄파넬라>는 동시대의 피아니스트 리스트에 의해 피아노로 편곡되었다. 또한, 오늘날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셧다운’을 통해 샘플링되었다. 원곡자인 파가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이 붙일 정도였기에 ‘라 캄파넬라’는 바이올린 천재다운 화려한 기교가 돋보인다. 바이올린으로 연주되었을 때는 화려한 장엄함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었던 곡이, 피아노로 편곡되었을 때 화려한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신기했다. 오늘날 케이팝으로 재해석되었을 때는 클래식과 힙합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었고, 가장 놀라웠던 점은 클래식 멜로디를 기반으로 한 음악에 케이팝 안무를 넣었을 때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명곡은 명곡 그 자체로 머물지 않고, 다양한 악기, 다양한 작품, 다양한 곡의 목적 등을 만나면서 새롭게 탈바꿈하게 되고 음악의 아름다움에는 끝이 없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각 악기가 낼 수 있는 소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개성이 강한지를 편곡의 다양함을 통해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수많은 악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오케스트라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악기들, 다양한 시대별 작곡 특징, 곡의 주제 등 음악에 깊숙이 파고들었을 때 음악이 더 진한 여운을 남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명강의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음악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루는 과목이 많이 개설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