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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입선_[경제학의 철학적 논점들]_이규상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5961

경제학과_정성호

 

 군대를 전역하고 첫 학기였던 12-2학기, 3학년 이상을 위한 강의로 소개가 되어 있었던 이 강의를 멋도 모르고 수강 신청해서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3학년 이상을 위한 강의라는 것을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알게 되어 수강 포기를 하려했었지만 아주대의 샌델 이라고 담당 교수님을 평한 친구의 말을 믿고 이 강의를 끝까지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이 강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 책을 군대에 있을 때 이미 접해보았던 저였기에 처음에는 아주대의 샌델이라더니 샌델의 책을 소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강의에 적잖은 실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이 책은 수업 전체에 인트로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 가면서 경제학에서 어떠한 철학적 논점이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군대를 다녀온 후 약간은 따분하게 느껴졌던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굉장히 역동적인 학문이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업은 샌델의 책에 있는 내용들을 요약한 프린트와 ppt 를 바탕으로 교수님의 설명이 곁들여지며 진행되었습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비시장 규범이 지배하던 삶의 영역에까지 시장 지향적인 경제학적 사고들이 확산되면서 발생하는 시장지상주의의 문제점들을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지상주의가 도덕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돈이 모든 차별의 근원이 되는 불평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장에서 교환되는 재화들이 본래 갖고 있던 비시장적인 가치가 퇴색되는 부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샌델은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장거래에 의해 교환되는 재화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 것이라 가정하는 경제학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교수님은 여기에 더해 경제학계 내에서도 이러한 의문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그에 해당하는 다양한 논문들을 간략히 소개해 주셨습니다.

 

 중간고사 전까지 샌델의 책에 대한 강의를 끝내고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경제 분석, 도덕 철학, 공공 정책이라는 책으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강의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은 합리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들은 샌델이 제기한 경제학의 기본가정에 대한 의문들을 이제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합리성이 과연 옳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한 개인이 자신에 선호에 따라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되면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선택의 합리성을 말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개인의 선호와 믿음 역시 합리적이라고 말합니다. 선호가 합리적이기 위해서는 이 선호가 전이성과 완전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는 위와 같은 경제학의 합리성의 기본 가정들을 말하면서 정말로 이 가정들이 현실에서도 합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합리성들을 이기심과 같다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책에 대한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샌델의 책과는 다르게 영어로 된 요약 프린트와 ppt 를 활용하여 때로는 영어 문장을 제대로 해석해 내지 못해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특정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어렵기에 교수님 스스로도 이해를 강요하지 않으셨기에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막 2학년 1학기에 접어든 경제학도로서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경제학의 기본 가정들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수업은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때 그저 입시를 위한 주입식에 가까운 교육을 받은 탓도 있겠지만 대학교에 와서도 그저 지식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에 급급했고 그 지식들은 당연히 진실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던 저였기에 내가 배우고 있는 지식들에 대해 비판적이고 주체적으로 고민해 가면서 배워나갈 필요성에 대해 느끼게 된 것은 정말 큰 인식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에 이번 겨울방학 때에는 경제 원론부터 다시 공부를 해서 경제학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은 다음 내년 학기부터는 이 강의를 해주신 교수님의 다른 강의들을 학부 강의, 대학원 강의 가리지 않고 수강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학 관련 다양한 서적들을 이번 방학부터 읽어나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입니다.

 

 강의 내용 뿐 아니라 그 외적으로도 이 강의가 참 좋게 느껴졌던 이유는 이 강의는 첫 시간부터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만 하는 수업이 아닌 토론식 수업을 지향했기에 강의 중간 중간마다 학생들에게 강의 도중 가지고 있던 의문들에 대해 질문하고 교수님과 함께 의견을 나눠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많이 부족했고 교수님도 니들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학점을 안 주는 수가 있다라고 농담을 던지면서까지 참여를 독려했었습니다. 하지만 강의가 점차 무르익어가며 점점 더 어려운 내용들이 나오게 되자 자연히 학생들의 질문은 많아졌고 강의가 끝난 후에도 쉬는 시간에 줄 서서 기다려가면서까지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학생들 중 한명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과제도 있었습니다. 바로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이라는 책을 읽고 챕터마다 3주에 한번 정도씩 서평을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내용이 주로 미시경제학에 대한 내용이었다면 과제는 주로 거시경제학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시장 지상주의에 빠진 경제학이 2008년 금융위기라는 큰 벽에 부딪혔음에도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고 여전히 좀비처럼 살아 있는 시장 지상주의적인 생각들에 의존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이 강의의 근간은 샌델의 책, ‘경제 분석, 도덕 철학, 공공 정책이라는 책, 그리고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이 강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kbs에서 다룬 3부작짜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교수님이 직접적으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앞서 다룬 3권의 책들에서 제기된 의문들과 문제점들의 해답이 결국에는 사회적 자본 에 대한 지향하는 과정 속에 있지 않겠느냐 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기 다른 책이고 약간씩은 내용도 다르지만 묘하게 연결되는 세 권의 책과 3부작의 다큐멘터리가 이 강의가 그리 쉬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음에도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