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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입선_[법사상사]_김준석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3649

                                                                                                                                      법학부_박중일

1.서문

앙드레 지드가‘지상의 양식’에서 “선택이란 고르지 않은 것을 버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전공필수 과목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선택의 과정인 수강신청에서 특정 강의를 수강하게 되면 나머지 강의를 들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법사상사 같은 전공선택 과목은 이번학기에 수강한 7과목 강의 중 한 과목이 아니라 다른 모든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 선택한 소중한 강의가 된다. 평소 역사와 철학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첫 시간부터 가장 기대했던 강의였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 과목을 수강하여 듣게 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2.법사상사 개요

수업계획서를 보면 법사상사는 법에 관한 몇몇 중요한 사상들을 선별하여 그들의 배경, 주장, 영향 등을 공부하는 과목으로서, ‘법철학이 시간적으로 현재 시점에 맞추어 법과 법현상의 논리적 분석과 이해를 목표로 한다면 법사상사는 법철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사상들을 추적 연구하는 과목’이다. 따라서 수업을 통하여 법사상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법철학적 기본 지식을 습득하고, 현재 우리 현실을 주도하고 있는 법사상들과 몇몇 중요한 법사상들을 개괄적으로 이해하여 법과 법현실의 이해를 확장시키는 것이 법사상사 수업의 목표이다.


3.법사상사 수업

실제로 수업은 철학 입문 시간을 통하여 서양 철학의 두 뿌리인 합리론과 경험론에 대하여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을 시작으로 각자 생각하는‘법’에 대하여 말하는 시간을 갖는다. 각자가 법에 대한 고민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법을 정의하면, 각자의 이름을 붙여‘누구의 사상’이 된다. 이를 앞으로 배우게 될 수많은 사상가들의 사상과 비교하며 법사상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를 심화시켜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생각했던 법에 대한 정의와 수업이 끝난 후 생각한 법에 대한 정의를 비교하며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법사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나는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고 있다.

사실상 법사상사에서 등장하는 사상가들은 서양의 사상가들이기 때문에 수업에서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다룬 부분이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였다. 이는 화이트 헤드의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라는 말에서 엿 볼 수 있는 서양 철학에서의 플라톤의 존재감, ‘만학의 아버지’라고 불린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를 알아야 이후의 서양철학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상가들을 공부할 때 항상 역사적 배경에 대한 상세하고 통찰력 있는 설명이 선행되어 이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삶과 사상에 대해 입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세 명의 사상가들에 대해 처음 접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접근이 될 뿐만 아니라 이미 공부했던 학생들에게도 이해를 심화시키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 사상가들에 대해 공부할 때는 항상 전 수업까지의 내용을 복습하면서 앞의 진도를 나가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앞의 내용을 상기하며 공부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교적 적은 수의 학생이 수강했던 수업이었기 때문에 교수님은 일일이 학생들의 눈을 맞추며 수업 내용 등에 대한 질문을 하여 학생들이 단지 수업을 일방적으로 듣는 객체가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역할을 하도록 지도하셨다. 수업 PPT 또한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적절하게 준비되어 학생들의 이해를 도왔다.

매 수업시간마다 전 수업의 내용을 복습하며, 답을 내리기보다 생각하는 것을 중시하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는 등의 교수법은 당시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 수업을 연상케 했다. 이는 실제로 교수님이 의도하시기도 했는데, 당시 사상가들이 이 자리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하자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이후 중세 아우구스티누스부터 현대 미국의 실용주의에 이르는 수업은 강의와 함께 학생들의 발표도 주를 이뤘다. 학생들의 발표는 15분에서 30분 정도였고 사상가들의 삶과 사상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다. 발표가 끝나면 발표자가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이후 교수님이 사상가에 대한 주요 내용을 설명을 하고 질문에 대한 보충답변을 하셨다. 사상가들을 크게 시대적 구분을 한 후 이차적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나라별로 나누어 수업 진도를 나갔는데, 큰 틀은 고대 사상가들을 배울 때처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을 하고 사상가들의 사상을 검토하였다. 또한 홉스, 로크, 루소를 사회계약과 정치사상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풀어보거나, 헤겔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받아 자신의 생각을 전개한 마르크스 등 하나의 관점에서 사상가들을 검토하거나 서로 연관성이 있거나 영향을 주고받은 사상가들은 함께 검토하여 수업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 내용을 주제로 교수님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을 때 교수님은 “책에 있는 내용을 단순히 강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이는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교수님은 항상 철학적 현안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답이 나지 않은 것이니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라고 하시며 함께 생각하는 것을 수업의 기본 방침으로 삼아 강의를 하셨다. 다양한 사상가들의 법사상이라는 주제를 놓고 교수와 학생이 소통하면서 함께 앎을 향해 나아가고, 법사상사 강의를 관통하는 ‘스스로 생각해보기’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수업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진행됐다. 학생들은 개인의 가치관과 수업을 통해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의 법에 대한 복종의무부터 나치 시대 지식인의 고뇌, 그리고 일제치하와 해방이후 대한민국 지식인의 삶까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었다.

4.학생들에게 요구되는 사항

수업을 진행함에 있어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것은‘책을 읽어오는 것’이었다. 교재는 오세혁 교수의 ‘법철학사’였는데 수업은 학생들이 다음 시간에 나갈 내용을 미리 읽어오면 이를 바탕으로 강의와 발표, 질의응답이 이루어졌다. 학생은 미리 읽어 본 내용에서 의문점이 있으면 수업 중에 질문을 함으로써 의문을 해결하고, 새롭게 제기된 사안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에‘참여’하는 것인데, 이는 교수님이 강조하신 부분 중 하나이다. 수업에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사상가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강의와 학생들의 발표,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 수업 속에서 배움을 얻을 수 있고‘법사상들을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하여 법과 법현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라는 수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5.법사상사 강의에 대한 검토

이번 법사상사 강의의 단점을 꼽아야 한다면 고대 사상가들에 집중하여 후기 사상가들에 대한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고대 사상가들에 대하여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다시금 생각해 봐도 고대 그리스의 역사부터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후 찾아온 그리스의 황금기, 황금기를 온전히 누리던 소크라테스의 법에 대한 복종, 소크라테스의 죽음으로 철학자의 길을 택한 플라톤, 그의 제자로서 빛나는 학문적 업적을 남긴 아리스토텔레스를 공부하는데 그 시간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6.결론

혹자는 기대를 하게 되면 실망도 크기 마련이니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하지만 이 강의는 많은 기대를 했는데도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에 남았던 것은 강의를 진행하는데 일관된 원칙이었다. 객체로서의 학생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수업에 참여하여 법학에 있어서 선배인 교수님의 지도아래 사상가들과 호흡하며 법사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다는 기본적인 목적 아래 강의 내용, PPT, 교수법 등 여러 요소들이 어우러져 좋은 강의를 만들어냈다. 또한 강의 내내 학생들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셨던 교수님의 열정도 가슴에 남는다.

나는 너, 그, 그들 등이 있어서 존재하듯이 사람은 사회 속에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이 강의에 있어서 교수님과 나와의 관계도 그 많은 관계 중 하나일 것이다. 이번에 교수님의 법사상사 강의를 들으면서 교수님의 철학과 열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배움은 지금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태풍은 아니지만 잔잔하며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함으로 남았다. 교수님이 법사상사 강의를 통해 내게 소중한 배움으로 남았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