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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우수_[심리검사 및 실습]_백정미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4413

                 

                                                               사회과학부_이다운

사실 처음 이 수업을 듣게 되었을 때, 제게는 수업에 관련한 어떤 정보도 없었습니다. 학과 지정 교수님이 아니라 전공 중 이 과목만 강사로서 맡고 계신 백정미 선생님이시기에 어떤 스타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지에 대한 정보도 매우 적었고, 막연히 심리 검사 활용법에 대한 이론적 강의가 되겠구나 생각하며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도 열렸었지만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듣지 않았던 것도, 실습 과목인지라 심리 검사를 다른 사람에게 실습하는 것이 많을 것 같아 바쁘고 귀찮겠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게다가 수업 시간도 저녁에 진행하는 세 시간짜리 연강 수업인지라 내키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2년의 마지막 달, 올해를 통틀어 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세 가지를 적으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이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적고 싶습니다. 졸업하기 전에 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고, 제가 들었던 어떤 교수님의 강의보다도(이렇게 적는다면 전공 교수님들께서 많이 서운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유태인들은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 학교에도 물고기를 잡아주시지 않고 물고기 낚는 방법을 가르치시는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많은 교수님들께 물고기를 효율적으로 낚는 법, 많은 물고기가 있는 곳 등을 배우며 열심히 낚시를 계속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이 수업이 끝나면서 저는 내가 왜 물고기를 낚고자 했는지, 내가 정말로 낚고 싶은 물고기는 어떤 종류인지에 대해 알았습니다.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답도 얻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치시지 않은 것들도 알았습니다. 시대가 변했고, 이제 많은 교육 방식이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지향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물고기가 아니라 그것을 낚는 낚시꾼인 나에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그럴만한 여유를 가진 사람들도 적고, 그럴만한 역량을 가진 이들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이 수업을 통해서 저는 지식과 지혜를 동시에 배웠습니다. 수업을 들었던 많은 학우들도 마찬가지로 느꼈으리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사람과 피상적인 생각만 해 본 사람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심리학과라는 특성상 이 수업을 들었던 저희들은 확실히 더 그랬습니다. 그 중에는 스스로를 제대로 알았을 때의 그 결과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부러 그를 기피하는 사람도 있었고, 제대로 된 생각의 물꼬를 트는 법을 몰라 스스로에 대한 개념 정의를 제대로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두 경우에 모두 속했지만, 지금은 교수님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종합적평가를 하고자 많이 노력합니다. 저를 표현하는 작은 단서에도 귀를 기울이고, 검사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와 함께 저의 성장 배경 및 상황들을 함께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저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알았습니다. 스스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보니 더 열심히 관련 문헌들을 뒤지게 되었고, 과제를 주시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그 검사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고 공부하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환자를 대할 때 역시 이만한 노력과 시간, 정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정말 크게 깨달았습니다. 제가 알아왔던 저 역시 제가 가지고 있는 실제의 모습에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는데, 환자를 대할 때 단순하게 검사 결과에 의존하며 다양한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몸소 느끼게 해준 수업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수업은 결코 느슨한 자세로 임할 수 있는 수업은 아니었습니다. 중간 중간 보고서도 많았고, 퀴즈도 있었으며, 기말고사를 보는 날까지 최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를 쓰는 과정이 의무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수업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심리검사를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로지 다른 사람을 꿰뚫어보는 것 하나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아직 학부생인 저희에게 먼저 저희를 들여다보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한 학기 동안 저희는 수많은 심리검사를 실습했습니다. 병원 장면에서 쓰이는 MMPI도 직접 피검자가 되어 보았고, 투사 검사인 로샤 검사도 진행했으며, 문장완성검사와 HTP 검사 역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상담센터에 부탁하셔서 MBTI 검사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 검사 실습에 대한 보고서를 적으면서 교수님이 내주신 문항에 답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은 학자일 뿐 아니라 정말로 현직에서 일하시는 임상심리사라는 것을 보여주시듯, 각 문항의 최고점이 이렇게 나온 이유에 대해 추측해 보는 것 등 스스로 자신의 검사 결과에 대해 다시 해석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주셨습니다. 그 어떤 사람도 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수업을 듣다보면 정말 항상 정해진 방식 그대로 텍스트를 읽어가는 강의만 하고, 학생들의 상황이나 분위기 등을 고려하시지 않는 교수님들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백정미 선생님의 강의 방식에 더 놀랐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의 눈으로 꾸준히 저희의 행동 양상을 관찰하시고, 수업의 분위기가 작년 학생들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파악하고, 질문 등으로 학우들의 반응을 살피신 뒤 그 역량에 따라 수업 방식을 조절해 주셨습니다. 모두가 소극적인 분위기로, 질문의 시간을 가져도 학생들이 방대한 양의 질문을 하지 못하자 익명으로 글을 써서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셨고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검사 및 실제 사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임상심리학자로서의 바른 자세를 보여주시면서 같은 반 학생들의 답변이라도 각자가 심리검사에 진정성 있게 써 낸 답변을 적거나 유출하지 말라는 것도 확실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3시간 동안 3차에 걸친 시험을 보면서 교수님의 역량을 더 느꼈습니다. 이 것 역시 사실 굉장히 피곤한 일이었습니다. 1차 시험으로 객관식 및 주관식 답안을 다 작성하고, 2차 시험으로 토론 시험을 보며 각자의 MBTI를 추측해보고, 3차 시험으로 토론 관련 문제에 대해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저녁 시간이라 다들 지치고 피곤한 상태였는데, 더 신기했던 일은 시험이 끝나고 다들 힘들다 피곤하다 했고 난이도가 심각하게 어려웠는데도 웃는 얼굴인 학우들이 많았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 시간에 제출했던 최종 보고서를 다시 받아들고, 사십 명 가까운 학우들의 모든 보고서에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오자 체크 뿐 아니라 꼼꼼히 주석을 달아주셨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 놀랐습니다. 매번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실 때마다, 저희들의 심리 검사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해 주실 때마다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애정을 기울이고 있으시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마지막 보고서 피드백에서는 그 진심과 열정 그리고 애정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인사를 드리고 강의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의 제가 이번 학기를 시작할 때의 저와는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수업이었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백정미 선생님은 심리검사 및 실습이라는 수업의 교수님이자, 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의 임상심리사, 심리치료사가 되어주셨습니다.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운 명 강의로 꼭 이 수업을 꼽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