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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우수_[정신간호학 1]_현명선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4168

 간호학부_오혜진

전공과목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개강 전부터 사망년이라고 불려왔던 3학년이 시작되었다. 역시나 첫 수업부터 모든 전공과목들이 서로 육상시합을 하듯이 진도를 나가기 위해 질주하고 있었다. 그 중 정신간호학 수업 첫 시간에 제시된 수업목표, ‘총체적, 전인적 관점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대상자에게 간호과정을 적용할 수 있는 지식 및 기술을 습득하는 것’. 처음으로 접해보는 정신간호학 관련 의학용어들은 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이론수업과 더불어 당장 아주대학교병원 10층 폐쇄병동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신병동환자들을 대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사실 실습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환자는 내가 투명인간으로 보이나? 왜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는 거야!” 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교수님께서는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이야기 해주시면서 설명을 해주시거나, 다큐멘터리 동영상자료를 많이 활용하셨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같은 반 친구들이 더욱 수업에 흥미를 갖고 집중을 했다. 더불어 이러한 시청각자료를 통해서 우리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을 벗어버릴 수 있었다. 어느 날은 6명의 조현병 환자들이 재활을 위해 병원환경을 벗어나 공동거주센터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을 담아낸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환자들의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나는 내가 이전까지 가지고 쓰고 있던 검정 색안경을 벗어버릴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환자에 대한 편견을 벗어버리는 것이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우리에게 질문을 하셨다. “여러분들은 그동안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요?” 평소 돌부처처럼 앉아서 수업을 듣기만했던 우리는 처음엔 얼떨떨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색한 정적만이 강의실을 맴돌았다. 교수님께서는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정답은 우리가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우리는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의견과 생각들을 나누며 수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진행되는 독단적인 수업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는 수업을 이끌어 나가고 계셨다.

수업이 차츰 진행이 되면서 교수님께서는 주요 정신병인 조현병(Schizophrenia), 우울장애, 양극성장애 (Bipolar disorder)등의 정신적 이론보다,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에 더욱 비중을 두고 수업을 하셨다. ‘치료적 관계, 치료적 의사소통이런 것들에 관해서는 참고서를 보면 주저리주저리 아주 길고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이 돼있지만 사실 잘 와 닿지 않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들이 많은데 교수님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위해 경륜을 품고 수업을 진행하셨다.

수업을 이끄는 것은 항상 교수님의 역할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내가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수업이라는 것은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틀을 깨는 것 같아서 흥미롭기도 하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츰 수업을 듣던 우리들은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을 아무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였고 소통하는 수업을 교수님과 함께 만들어 나갔기 때문이다. 정적만 가득했던 강의실에는 열띤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시청각자료를 사용하시는 것 이외에도 과제로 팀 프로젝트를 제시하셨다. 자칫 딱딱하고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정신간호를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매체인 영화를 통해 적용해 보는 것이었다. 우리가 무심코 가볍게 보고 지나친 영화에서도 우리가 분석하고 적용할 간호를 생각할 수 있었던 참신한 과제였다. 각자 팀 내에서도 서로의 의견을 가지고 소통을 하였고 발표당일에는 다른 팀과 의견을 나누고 교수님과 피드백을 할 수 있었던 소통의 장이 되었다.

주 수요일은 병원에서 실습한 것을 토대로 교수님과 컨퍼런스 시간을 가졌다. 수업의 연장선으로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는데 컨퍼런스에서 독특했던 점은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보는 전공서적들은 보통 5년 내지 10년 전에 출판되었기 때문에 임상에서 참고서의 지식만을 사용하면 촌스럽고 뒤떨어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교수님은 컨퍼런스 시간마다 해외에서 발간되는 영문으로 된 간호논문을 몇 가지 찾고 해석해서 비교하는 과제를 내주셨다. 사실 없는 영어실력에 영어논문을 찾는 것은 그 당시에 느끼기엔 참 골치 아프고 성가신 일이었다. 그러나 실습하고 환자와 소통하는 가운데서 ! 논문에는 이러한 방법들이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고 발표된바가 있지!”라고 떠올리며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을 때에는 그 때의 그 성가신 일들이 나에게 아주 큰 자산이 되었구나 하며 뿌듯해하곤 했다.

컨퍼런스 시간은 또한 교수님과 더욱 깊이 정신간호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평소 74명이 다 같이 수업을 듣다가 학생4명 그리고 교수님 이렇게 소소하게 컨퍼런스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병원에서 실습하면서 조현병(이전에는 정신분열병이라고 불려졌던)환자에 대해서 Case 분석을 하는데 환자가 나와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이상한 행동을 보여서 아무 대화도 못하고 온 날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컨퍼런스 시간에 환자는 현실세계가 아닌 자신만의 세계에서 누군가와 대화 하고 있었고, 거기에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이 부분을 두고 우리와 함께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셨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생각한 끝에 실제로 환자가 현실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대화를 이끌어 나갔고, 대화에 잘 응답해준 것에 대한 보상을 주기도 하였다. 점점 환자와의 소통이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도전이 되는 시간이 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과제가 아니라 내 스스로 시간 날 때마다 해외 또는 국내에서 발간된 논문들을 찾아 읽어보았고, 그것들을 파일에 모아서 정리해두기도 했다. 또 수업자료와 전공서적들을 비교해가면서 일주일에 4시간 정도는 정신간호학에 대해서 공부를 하였다. 교수님의 새로운 교수방법과 그에 따랐던 우리들은 환자와 소통하는 기술도 갖출 수 있었지만, 이것이 또한 이 학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서 학업성취도도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이 과목에서 많은 친구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고, 병동에서는 환자들과 학생간호사 사이에 흐르는 따뜻한 소통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