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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5년도_우수_[영어2]_유재덕교수

  • 유남경
  • 2016-01-27
  • 13553

경영학과 우수민

 

유재덕 교수님의 영어수업은 단지 영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어에 내재된 논리, 철학적 사고가 농축된 진한 수업이다. 이것이 내가 제목을 영어의 에스프레소라고 지은 이유임과 동시에, 다시 듣고 싶은 명 강의로 선정한 까닭이다. 또한 이 수업의 숨은 화두로서의 논리와 철학은 그 자체만으로도 수업의 질(내용)과 독특성, 그리고 교수님의 고민과 노력을 대변한다.

수업시간은 10시 반, 엄격하게 제 시간에 맞춰 시작되고 끝났으며, 기본적으로 지문에 있는 글을 제대로 읽는 것과, 영어를 바르게 해석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지문을 제대로 읽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도 외국어이기 이전에 한 편의 논리적인 글이기 때문에 논리를 떠나서는 확실한 해석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지문을 읽어나가시다가, 한 문장을 집으시고는 그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곤 하셨다. 불필요해보이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교수님은 앞뒤 문장을 살피라고 하셨고, 나는 불필요해보이는 문장이었지만 이 문장이 있어야 앞뒤가 이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글쓰기 수업을 들어도 맞춤법이나, 출처 작성법 또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의 팁과 같은 두루뭉술한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어 수업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글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수업이다. 이는 학습의 질을 보장해주었다.

수업의 독특성은 논리성 외에 철학적인 부분도 있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나 사실들에 뜬금없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재밌는 기회가 됐다. 지문이었던 인디언 캠프를 예로 들어 보자. 요컨대 인디언 캠프는, 의사인 아빠와 아들의 여행에서 있었던 과정에 대한 소설이다. 여행 도중 의사가 인디언이 아이를 출산하는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일반적인 수술도구가 아닌 것들도 출산을 돕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임산부의 남편 인디언이 자살을 한다. 자살의 이유에 대해서 길게 서로의 생각을 나눴던 시간이 있었다. 아내가 푸대접을 받는 것에 화가 나서,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등등 많은 답변이 나왔지만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글을 통해 유추해보려 했지만 단서도 없었다. 하지만 결론 부에 아들의 대사와 연관 지어 생각해보도록 유도하기도 하셨다. 그 대사는 나는 죽지 않을 테야.’였다. 여전히 나는 가끔 자살을 이유를 아직까지 고민하기도 한다. , 인디언과 의사 사이의 대화를 통해 숨겨진 상하 관계까지 언급하시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철학적이라고 본 이유는 그 모든 것이 인생이자 관계이며, 세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수업 전에 지문을 꼼꼼히 읽어 보시고, 영어의 올바른 해석과 그에 대한 일화나, 개인적인 교수님의 견해 등을 많이 준비해 오시는 게 분명해보였다. 수업 방식은 학생들이 먼저 지문을 해석하고 내용을 이해한 것을 ppt로 만들고 수업시간에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뒤 교수님과 학생들이 그에 대한 피드백을 곧바로 했다. 시간을 꽤 할애하는 수업방식이면서 수강생들의 긴장과 노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과제였다. 과제는 조별과제의 형식을 띄어서 각자 역할 분담을 하고 자료를 모은 뒤, 서로의 자료를 보고 피드백을 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ppt를 만든 뒤에 또 공유한 뒤, 피드백을 통해 수정했다. 이로써 팀원들은 한 지문에 대한 어느 정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된다. 여기에 교수님의 피드백을 직접 듣게 되는 순간, 어느 것이 잘못된 건지를 한꺼번에 고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조원들은 미리 생각을 나눴기 때문에 교수님의 한마디는 조원들 모두에게 의미 있는 가르침이 됐을 것이다. 또한 교수님은 항상 지문에 대한 화두에 대해 조사해 오셨고, 때때로 영상자료를 통해 더욱 흥미를 이끌어내셨다. 대체로 감성적이지 않고 현실적이고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진실들을 주로 다루셨다. 그래서인지 대학생활로 항상 들떠있는 나를 주기적으로 가라앉히고 돌아보게 하는 수업이었다.

교수님은 도전을 좋아하시는 듯 보였다. 어떤 수업방식이 효율적일까를 항상 고민하며 매 학기 수업마다 그 방식을 조금씩 바꾸었다고 하셨다. 이번 수업 때 쓴 방식 중 하나가 제시문의 의미를 조별로 토론하여 해석한 뒤 대표가 나와 발표하는 것이었다. 그 수업은 잊을 수가 없다. 재미있었다. 그 발표로부터 각 조가 영어 해석을 어떻게 했는지, 한 단어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의 각 조별 차이가 해석하는 뉘앙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느낌으로 알게 하셨다. 또한 토론과 발표, 그리고 피드백이라는 틀로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극대화 한 것처럼 보인다. 교수님은 질문을 많이 하셨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역동적이었다.

이 수업을 통해 내가 변한 점/얻은 점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글을 다시 공부하게 된 것이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나는 논술을 공부했었고, 논술전형으로 붙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자만심에 글에 대해서는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수업을 통해 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아직도 글을 볼 때, 생각 없이 글이 흘러가는 대로 읽고 있구나, 글을 리드하는 게 내가 아님을 알게 됐다. , 글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것임을 느꼈다. 이 수업 중간부터 나는 수험생 시절에 듣던 논술강의를 다시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 교수님께 정말 많이 감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문으로 다뤘던 반 고흐의 편지 때문이다. 사실 이 지문을 읽고 고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술가가 됐다. 위에 써놨다시피, 영어 지문을 공부할 때, 단지 영어를 해석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제시문의 배경지식이나 내용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고흐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지문에도 쉽게 흥미를 붙였다. 그의 편지는 그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줬다. 난 심지어 도서관에서 바로 고흐의 편지라는 책을 빌려서 통학시간 등 틈이 날 때마다 읽곤 했다. 나는 그 글을 읽고 고흐 자신도 이 편지를 쓰면서 서서히 자신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자신을 많이 표현하다보니, 그림으로도 충분히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주제든 닥치는 대로 글을 쓰는 것이, 내 생각을 글로써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이 를 정리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구나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문득 생각나는 교훈이나, 사람을 만남으로부터 얻는 지혜 혹은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사랑에 있어서 중요한 것들, 등등 아주 다양한 화두를 주제로 매일 2개 이상을 짧은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일기 아닌 일기를 쓰고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대화를 함에 있어서도 순탄히 내 생각을 차분하게 말할 수 있게 됐고, 그러다보니 함부로 말하거나 예민한 문제에 대해 쉽게 흥분하지 않게 됐다. 처음에는 내 글을 누가 볼까 하는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내 속마음을 그대로 적어내었다가, 누가 보게 된다면 민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솔직한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이며, 내가 참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 고흐는 나에게 조언을 줬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별 볼일 없는 존재고 별나며, 사회에서 아무런 지위가 없고 절대로 지위를 갖지 못할 사람이다. 별 볼일 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별 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설사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나는 내 작품이 그런 별 볼일 없는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 명 강의라고 하기엔 영어의 비중이 다소 적은 에세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수님이 영어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영어에도 매우 충실한 수업이었지만 그 외에 특별한 점을,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던 점을 훨씬 부각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