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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7년도_입상_[열물리학]_이순일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5027
<한 치의 의심이 없는 강의>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 한다‘라는 말에 하나의 의문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이 강의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열역학법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단순히 한 과목을 듣고 학점을 채우는 것을 넘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남들과 확실히 다른 눈을 가지게 해줍니다. 훗날 자신이 취직하고 근무하게 될 직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지식 이외에 세상을 살아가는데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면, 물리학은 시간을 할애해 공부를 해도 좋은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치의 의심도 없죠?'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이 말을 한 것은 학기 중에 단 한번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번이 저에게 주는 신선한 충격이 그 말 한마디를 흘려보내는 말이 아니고 평생 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 한마디에서 교수님의 교육철학과 더 나아가서는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교수님 보다 꼼꼼하게 설명해주셨던 교수님의 수업방식에 크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순일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다른 교수님들과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을 뿐입니다. 모든 논의를 수식으로 칠판에 썼던 것 그리고 학생들의 눈을 자주 쳐다보셨던 것. 이 사소한 차이는 종강을 하고도 수업과 내가 배운 것에 대해 여운을 남기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들었던 다른 강의들에서는 대부분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행여나 진도를 다 빼지 못할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대충 넘어가는 교수님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순일 교수님은 모든 수업주제에서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이 아주 꼼꼼하게 설명해주십니다. 모든 설명을 수식으로 표현해 주셨고 그래서 한 시간의 수업동안 페이지는 20p를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분도 의구심이 남지 않게끔 설명해주려는 교수님의 노력은 심지어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도 필요하다면 설명해 주셨습니다. 논지에서 벗어나는 법도 없습니다. 강의 한 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주제로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십니다. 작은 범위를 나가지만 책의 주제를 정확히 관통하는 주제를 선정하시고 강의를 하셨습니다. 한 시간의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공을 들이시는지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또한 교수님은 첫 강의를 시작할 때 항상 뒤에 있는 학생들을 앞으로 와서 앉게 합니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앞에 앉아서 수업내용을 모두 흡수하기를 원하십니다. 학생들을 관리하기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학생들이 조금 더 집중해서 듣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원래 수업을 중간쯤에서 듣는 편이었습니다. 집중을 하고 싶을 때는 집중을 하고 딴 짓을 하고 싶을 때는 핸드폰을 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열정에 보답하고자 저는 대학교에 입학해서 처음으로 강의시간에 앞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교수님의 교육 철학과 열정은 학생의 태도를 바꾸기에 충분히 흘러넘치고도 남았습니다.

 이렇게 앞에 앉은 학생들에게 교수님은 항상 질문을 던지십니다. 학생의 눈을 바라보고 질문을 하시기 때문에 평소에 대답은커녕 집중도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저는 교수님의 열정에 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소리로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소리로 대답을 하며 교수님과 소통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과 상호작용을 한 것도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반복된 상호작용은 더 이상 교수님과의 눈 맞춤을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어주셨으며 다른 강의에서도 항상 앞쪽에 앉아서 듣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운동으로 다져진 큰 몸짓과 큰 목소리는 강의 내내 학생들에게 긴장감 유지시켰고, 틀리면 감점을 주는 채점 방식은 절대로 어설프게 공부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지 않았습니다. 한 문제를 맞더라도 그 문제를 정확하게 알지 않으면 맞출 수 없도록 문제를 내주셔서 공부하는 내용은 모두 내 것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과제에 출제하는 문제를 직접 선별하시며 조금 더 학생들이 수업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셨습니다.

 이번학기 열물리학을 배우면서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공부했으면 교수님이 강의하셨던 내용을 모두 흡수 할 수 있었을 텐데... 모두들 과목이 어렵다고 하는 강의 이지만 이순일 교수님의 강의에서는 어려움을 극복해냈을 때 느끼는 어떤 보람이 항상 있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해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저의 전공과목을 배우며 전문지식을 쌓는 것과는 다른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평생 살면서 열물리학 같은 고급 교육은 듣기 힘들지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강의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혼자서 책을 읽으면서 습득하기에는 어려운 지식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이순일 교수님으로부터 듣게 되어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라도 놓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던 교수님의 교육철학, 한 치의 의심도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그 교육 철학을 제 가슴속에 항상 담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