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7년도_입상_[컴퓨터통신]_조영종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5955
 제목: 너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 수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진짜 수업이야." 

나는 컴퓨터통신을 재수강했다. 계획대로라면 대학 생활동안 어떤과목이건 재수강 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컴퓨터통신 수업이기 때문에 재수강을 결심했고 그 날의 짜릿함을 다시 느끼기 위해 다시 한번 이 강의를 수강하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처음엔 그저 호기심에 신청했던 과목이었고 이 강의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수업 첫 날, 여느 때와 같이 첫 날이니깐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강의실 맨 뒤편에 앉아서 교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의 시작 전 시끌벅적했던 강의실은 조영종 교수님의 등장으로 조금은 조용해진 참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강의실의 차분한 공기에 교수님은 한 두 마디 꺼내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시간들과는 확연히 다른 시간이었다.
2013년에 13학번으로 입학한 나는 1년간 몇 개의 강의를 들었었는데, 그 강의들은 하나같이 따분하고 시간 낭비하는 느낌밖에는 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그 수업을 듣기전의 나는 등록금도 아깝다고 생각했고 조금씩 대학생활에 회의감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날, 이 수업은 확실히 달랐다. 보통 강의들은 수업 중 시계를 보면 15분이 지나있었지만 이 수업은 수업 중 시계를 보면 15분이 남아있었다. 그만큼 몰입할 수 있는 강의였고 정말 좋았다.
컴퓨터통신의 강의내용은 훌륭했다. 여태 들었던 강의 중 가장 잘 가르치셨고 목소리 톤을 다양하게 하셔서 지루하지 않게 학생들을 이끄셨다. 하지만 컴퓨터 통신에 대한 강의가 나로 하여금 이 수업을 몰입하게 한 것은 아니다. 이 강의의 진짜 매력은 교수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다.
일단 조영종 교수님은 기본을 중요시 하셨다. 수업시간을 철저히 지키셨고 수업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나면 강의실 문을 잠그셨다. 강의시간 중간에 들어오면 다른 사람들의 몰입을 떨어트린다는 이유였다. 나로서는 백번 공감하는 말씀이었다. 요즘 강의를 듣다보면 학생들이 너무 자유롭게 강의실을 출입한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학생들의 무분별한 강의실 출입은 다른 학생들의 집중을 흩트린다. 하지만 대학 강의실에서 그런 문화는 암묵적으로 퍼져있고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생각지 않는다. 교수님은 이런 부분들을 생각해서 강의실 문을 잠그는 것이라고 하셨다. 덧붙여 승강기에서 사적인 대화를 지양하는 것, 백팩은 한손에 들고 탑승하는 것, 저층은 되도록 계단을 이용, 계단을 이용할 때에는 휴대폰을 하지 않는 것 등등 기본적인 것을 말씀하시면서 자신이 이러한 인성적인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성교육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어서라고 하셨다.
교수님이 이런 사소한 잔소리를 하는 것에 나는 감명깊었다. 보통의 강의실에서 보통의 교수님들은 절대 이런 말씀을 하지 않는다. 수업외의 내용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런 말을 해서 좋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들의 인성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이 점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조영종 교수님은 진심으로 학생들을 생각하셨다. 그것이 강의 내내 느껴졌고 조금은 냉정하고 날카롭게 얘기하셨지만 말의 온도보다는 담겨있는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강의 외에 공부를 하는 이유, 공학인 으로서 가져야 하는 호기심, 읽을 만한 책,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등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전체 수강생이 듣는 강의였지만 1:1 상담을 하는듯한 느낌을 주는 따뜻한 강의였다. 
조영종 교수님의 강의는 정말로 다른 강의에서 느낄 수 없는 긴장감이 느껴졌고 위트 있는 잔소리와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들은 강의시간이 끝나는 것이 매번 아쉽다고 느껴지게 혹은 시작하는 것을 항상 기다리게 만들었다. 어떻게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쉽고 시작하는 것이 기다려질 수 있을까 나는 대학에 입학한 후 그런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없다. 이런 좋은 강의를 만들기 위해 교수님은 열정을 가지고 강의에 대해 연구하신 것 같다. 강의 내용부터 시작해서 세심한 목소리 톤까지 강의에 영향을 미치는 세부적인 것까지 생각해서 강의를 준비했기 때문에 이런 명강의가 나온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교수님의 강의를 이 짧은 글에 구체적으로 담을 수는 없지만 위에 설명해주신 모든 얘기가 뻔한 얘기가 아닌 정말로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합리적이고 마땅한 얘기였고 나는 나의 주위 모든 사람에게 이 강의를 추천하고 자랑했다. 학점은 그렇게 잘 나오지는 않았으나 이 수업에서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고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는 이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글을 통해 또 한번 자랑하고 권유한다. 아직 이 강의를 들어보지 않은 학생이라면  해당전공과 상관없이 꼭 청강이라도 하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중요하지 않는 것들만 가르치는 수많은 강의들 속에서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조영종 교수님의 컴퓨터통신 강의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3년이면 까먹는 뻔한 강의내용이 중요한 것이아니라 기본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신의 가능성을 믿으며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이 강의에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