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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7년도_입상_[과학기술과 법]_오승한 교수

  • 박민경
  • 2018-02-05
  • 5905
 제목: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던 수업
 
 부끄럽지만 사실 나는 대학교에 들어와서 열심히 들었던 수업이 몇 개 없다. 몇 분 듣다가 집중력이 깨져서 핸드폰을 보는 경우도 있었고 존 적도 많았다. 그래서 솔직하게 말하면 대학 수업에 대한 회의감도 심했었다. 수강신청 때문에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듣거나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한 수업이 막상 그렇지 않았을 때 느끼는 회의감은 대학생이라면 한번은 다들 느껴봤을 거라고 생각한다. 수업은 그저 학점을 얻고 빠른 졸업을 위한 필수 관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상태에서 들은 것이 이 ‘과학기술과 법’ 수업이다. 사실 ‘과학기술과 법’이라는 과목은 영역별 교양에서 인간과 사회 부분에 속해있기 때문에 필수가 아닌 경영대 학생들은 잘 듣지 않는 과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수업을 들었던 이유는 당시 나는 로스쿨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조인이라는 멋있는 직업에는 관심이 있는데 나의 학벌과 학점 때문에 현실적으로 로스쿨에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내가 막상 법에 흥미가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래서 일단 들어보고 내 진로를 결정해보자 라고 생각했고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우선 이 수업의 목적은 학생들의 법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과학기술 만능 사회 안에서의 법의 역할과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나는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일반 사람들이 법에 대해서 정말 모른다고 생각한다. 법에 관련된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이 흥행하지만 실제로 방대한 양의 판례와 법을 아는 사람은 정말 없다. 나도 한 때 법조인에 관련된 드라마를 많이 보고 연예인들에 대한 악플 고소 기사들을 보면서 그래도 유명한 살인죄나 명예훼손에 관련된 법률 등은 대략적으로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아니었다. 내가 아는 것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었고 그 마저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수업에서는 우리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법을 배울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법조인을 동경하고 ‘고소’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의 자존심을 갑자기 굽히면서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법은 일반인에게 상당히 어렵고 다가가기 힘든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법은 복잡하고 한자로 정의된 것도 많기 때문에 이해하기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이 수업은 법의 역할이나 정의 등을 실제 사례를 통해 배웠다. 따라서 내가 이 수업이 더욱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상속에 대해 배운다고 하면 법조문에는 대략적으로 ‘상속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비속이 우선하고 이에 해당되는 게 없을 시 직계존속에게 상속 한다’ 와 같이 쓰여 있다. 이걸 그대로 배우면 이해가 하나도 되지 않는다. 실제 수업에서는 사례를 통해 배웠다. 교수님께서는 사례를 설명해주시고 학생들에게 이 경우는 어떻게 될 것 같은지 질문을 던지신다. 이 때 나 혼자 생각하면서 답을 유추해보는데 아직도 몇몇 사례들은 기억에 남는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사례와 관련된 영상 자료들을 많이 준비하셨다. 예를 들어 저작권에 대해 배울 때는 실제 논란이 된 노래들을 들려주시면서 수업을 환기시키셨다. 수업시간에 영상이나 음악 같은 것으로 학생들을 집중시키는 것은 정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흥미로운 수업이더라도 학창시절부터 50분 수업시간에 적응되어온 학생들은 한 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례와 관련된 영상이나 음악 등은 정말 수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 수업에서 몇몇 사례들은 교수님이 직접 겪으셨던 일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교수님의 과거나 현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것도 굉장히 재밌었고 배울 점이 많았다. 나는 이렇게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실제로 나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해봤고 하나하나 준비하면서 뭐가 도움이 될지 검색하고 찾는 것은 정말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위해 자료까지 찾는 부분에서 정말 교수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교수님은 수업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신 편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앞자리에 앉는 학생에게 고정으로 그 학생의 의견을 물어 보셨다. 예를 들어 교수님께서는 학생에게 사례의 피고나 피해자의 의견은 적법한가라고 여쭤보시면 학생은 맞다 아니다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그 학생 입장에서는 매일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받으며 대답하는 게 조금은 힘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 학생도 공부할 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질문을 받는 고정 학생이니 결석은 당연히 할 수 없고 대답을 잘하기 위해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학생이랑 굉장히 생각이 비슷했었다. 학생의 답이 틀렸을 때 교수님은 바로 아니라고 지적해주셨는데 그런 지적은 정말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사람은 자기가 틀린 것을 다시는 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도 답을 틀릴 때마다 책에 다시 표시해놓고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대학생이 돼서 가장 흥미를 가진 수업이고 또 그래서 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이었던 것 같다.

 이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사건들의 법 판결을 보면서 이게 정말 법의 심판이 맞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법은 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법은 단지 사회적 약속일뿐이다. 사회가 어지럽지 않게 잡아주는 약속인 것이다. 법의 정의와 목적을 수업 바로 초반에 배우는 데 법의 목적을 알고 놀랐다. 실제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법이 정의를 구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판례를 보고 화를 내고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가 되는 지도 모른다. 법의 존재 이유를 알면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법조인이라는 꿈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부정의한 수많은 법들에 피해를 보는 수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나의 작은 노력에 의해 다른 사람이 기쁨을 느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교수님께서는 마지막 수업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셨다. 나는 그 말이 되게 기억에 남고 나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교수님은 사람은 항상 기회를 갖게 되는데 그 기회를 기회라고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저 모른 채로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기회가 왔을 때 꼭 기회를 놓지 말라고 하셨다. 사실 나는 내가 되게 운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항상 내가 꿈꾸는 것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밖으로는 표현은 안했지만 솔직히 진짜 학교 다니는 것에 회의감도 많이 들고 우울했었다. SNS속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 존재를 초라하게 느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교수님의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나한테 진짜 기회가 없었는지. 결과는 절대 아니었다. 나에게도 기회는 정말 많이 주어졌었다. 우선 아주대학교에 추가합격으로 붙은 것도 기회였다. 그 당시에는 더 좋은 학교가 가고 싶어서 이 소중한 기회를 하찮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나는 기회가 왔었고 아주대 입학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잡았던 것이다. 이 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이 수업도 듣지 못하였을 것이고 이런 에세이를 쓸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지는 기회와 행운의 총량은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기회와 운을 쟁취하는 사람들은 적다. 생각 없이 기회를 흘려보내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눈앞에 다가온 운들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그게 나였다. 어렸을 때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무서워서 피했고 가고 싶었던 외국어고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원도 안했었다. 실제로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서 가지 못했고 외국어고는 그 해 경쟁률이 정말 낮았었다. 이런 일을 겪은 후 교수님의 조언을 들으니 정말 많은 공감이 되었다. 이 수업을 들으면서 내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절대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하자. 그 기회들이 나에게 좋지 않은 기회더라도 해보자.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해서 후회하자. 하면서 후회만 남는 건 아니다. 분명히 얻는 게 있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니 나 자체도 더 긍정적으로 변했고 두려움이 많았던 내가 단기파견도, 교환학생도 신청했다. 정말 이 수업을 들으면서 얻어가는 게 많다. 대학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 학기동안 열심히 강의해주신 오승한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