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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8학년도_입상_[현대의 시민생활과 법]_한상돈 교수

  • 사충원
  • 2019-02-27
  • 4200
제목: 현대인이 꼭 알아야 할 ‘지혜로운 법 생활’
       
 사실 나는 ‘법’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처음 배우는 ‘삼권분립’이라는 용어가 나올 때부터 이미 포기했었다. 이는 중학교, 고등학교를 넘어가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업을 수강한 것은 방학 기간 때 뛰어다녔던 아르바이트 때문이다.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아르바이트를 해봤을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앞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나는 이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정확히 어떤 내용이고, 나에게 있어 불합리한 내용이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저 서명하라는 대로 해야 했다. 하지만 기업의 자금문제를 이유로 결국 임금체불을 겪어야 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막연히 ‘고소’해야 하나 하는 막연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이러한 일로 굉장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이후 생활에 밀접한 법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하다 느껴 이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이 수업의 목적은 법률의 기초적인 이해와 생활과 관련된 법률문제의 해결능력을 함양하는 데 있다. 법의 종류 및 분류와 같은 기초적인 내용부터 부동산거래, 금전거래, 결혼과 이혼, 재산상속, 형벌 등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고 겪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법률이 무엇인지 기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생활과 밀접한 법률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알 수 있다. 우리 생활과 법은 상당히 맞닿아 있다. 뉴스에서 ‘한 가해자가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그 사람이 보석 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었다.’ 라는 내용과 ‘가해자가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자 상고하였다.’ 등의 내용을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용어는 많이 들어봤으나 사실 이들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이 수업을 들으면 ‘아, 이게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입가에 미소가 띄는 순간이 올 것이다.
 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법을 어떤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다양하게 구별된다. 예를 들어 내용상의 구별 방법에 따라 실체법과 절차법으로 나눌 수 있고, 법의 효력 범위에 따라 일반법과 특별법으로 구별할 수 있다. 또한 법조문은 대부분 한자어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 단어를 봤을 때 굉장히 생소하며 의미를 단번에 알아차리기 힘들다. 나중에 배우더라도 비슷한 의미의 용어가 많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계약을 취소 및 철회 또는 무효화 시킬 수 있는데 이들은 의미는 각각 다르다. 따라서 법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선 실제 우리 생활에 있었던 사건과 판례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수업은 CBL(Case Based Learning) 방식 즉, 사례를 활용해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교재에는 다양한 사건과 판례가 수록되어 있고, 이들에 어떠한 법 조항이 적용되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다양한 판례를 통해 수업을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법에 흥미를 느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더 다양한 사건과 판례들을 찾아보게 된다. 수업은 교재보다는 주로 BlackBoard에 올라와 있는 한글파일을 학생들이 미리 인쇄하여 그 유인물로 진행한다. 그런데 유인물 내용에는 중간 중간 빈칸이 존재하며 그 빈칸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통해 채워야 한다. 또한 뉴스와 같은 다양한 영상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가령, 최근 국회 본회의에 통과한 ‘윤창호법’ 조항 중 음주운전 치사행위가 왜 최소 징역 5년 이상에서 징역 3년 이상으로 수정되었는지에 대한 뉴스자료를 보고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과 토의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 수업이 다른 수업과 차별화된 것은 매 수업 중간마다 발표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특정 용어에 대한 개념을 묻는 질문부터 어떤 사건을 주고 이를 어떻게 법적으로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의한다. 단순히 교수님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개념설명을 하고 학생들은 기계적으로 필기하면서 듣는 것이 아닌, 다양한 사건과 판례를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수업이다. 또한 학기 중 한 번은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노동법에 대해 특강을 진행해 지루해질 수 있었던 수업에 신선한 변화를 주기도 하였다. 
 학생 평가는 출석과 과제, 중간 및 기말고사 그리고 수업참여도로 구성되었다. 출석의 경우 교수님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평가항목이다. 전자출결 이외에 조교를 통해 따로 출석을 인정받아야 하고, 수업 중간에 랜덤으로 발표를 시켜 간접적으로 다시 한 번 출석체크를 진행한다. 교수님이 자주 하셨던 말 중에 “사람은 떳떳해야 한다. 1분 지각한 것도 지각이며 만약 지각을 했는데 출석으로 되었다면 당당히 나에게 “교수님 저 오늘 지각했습니다.” 라고 말해라“ 라고 한 말씀이 있다. 이는 스스로에게 거짓됨을 보이지 말고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 살라는 교수님의 철학이 담긴 말씀이었다.(사실 이런 모습은 중간, 기말고사 시험 날에도 볼 수 있었다. 그 때 ”공부를 전혀 안 해서 한 문제도 모르겠으면 찍지 말고 그냥 백지로 내서 당당하게 0점 맞아라.“ 라고 말씀하시면서 스스로에게 당당함을 강조하셨다.) 나는 이제껏 이러한 출결체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이 정말 모두에게 공평하고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좋은 평가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과제의 경우 한 학기동안 2번 주어졌으며, 각각 임대차계약서와 근로계약서를 스스로 작성해보는 것이다. 두 계약서는 내가 세입자 또는 근로자 입장이 되어 직접 작성한다. 이들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써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전혀 시간낭비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시험은 한 학기에 중간고사, 기말고사 총 2번 실시하며 퀴즈는 없다. 여기서 다른 수업과 다른 점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모두 OX문제로 구성된다는 점이다.(기말고사의 경우 성적의 변별력을 위해 주관식문제가 소수 출제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다소 쉬우나 법률용어에 대한 개념과 법 조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면 자칫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어려운 법 때문에 학생들이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법을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이 아닌 법률 용어의 개념과 다양한 사건과 판례를 통해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적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학생들도 그만큼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셨다. 학생들을 향한 교수님의 배려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에 교수님께서는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후 수업의 질과 방향을 결정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하셨다. 이를 통해 시각자료 부족, 중간고사 시험의 형평성 등의 건의사항들을 수렴하여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제시하는 등 보다 질적인 수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셨다. 
 사람과 법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대에도 법이 관여하며 사람이 살다보면 신호위반을 하는 등 범법 행위를 할 수 있고 이 또한 법이 관여한다. 이 수업은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방법을 제시하고 그 방법이 단지 소송만 있는 것이 아님을 가르친다. 이것은 단순히 졸업하기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양과목이 아닌 한 학기짜리 특강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 과목이 학점을 떠나서 들으면 살아가는 데 있어 유익한 과목이라 생각한다. 만약 이 글을 본다면 다음 학기 때 이 수업을 듣는 것을 강력히 권하고 싶다. 
 지금까지 2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이 수업이 가장 남는 것이 많았다. 단순히 3학점짜리 과목 하나 이수했다는 것이 아닌, 인생에 있어서 몇 가지 조언이랄까, 생활의 지혜를 배웠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익했다. 또한 수업 중간마다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회자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이번 방학동안 하루 15시간씩 공부해보아라. 그러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지금껏 나는 그렇다할 꿈과 목표가 없었고 그 정도의 노력을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나는 왜 이것밖에 안되지 하며 스스로에게 자책과 고문을 일삼았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직 나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며 나의 목표와 마음가짐만 있다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익했던 수업과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일삼았던 한상돈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