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9학년도_입상_[심리검사 및 실습]_원성두 교수

  • 박지원
  • 2020-02-24
  • 4276
나와 세상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노력 (심리학과 정웅재)

사회과학은 사회 속에서의 인간 행동을 탐구하는 분야로, 특히 심리학은 직접 사람을 다루고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행동과 정신과정을 다루는 학문이다. 입학할 당시에는 사회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의 특성을 알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가면서 졸업 후 진로를 설정해야 하는 고민을 하게끔 시간의 흐름이 내게 압박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사회과학의 한 분야로서 심리학의 본질과 특성을 잊고 단지 심리학과 학부 졸업생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 단일 전공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분야로 심리학을 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2학기 원성두 교수님의 심리검사 및 실습 과목은 심리학이 어떤 것을 배우는 학문인지에 대해, 그리고 사람을 상대하는 학문으로서 심리학을 배우는 심리학도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심리검사 및 실습 과목은 인간의 성격이나 지능 등의 심리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전문적 과정인 심리평가를 이해하는 과목으로, 한 학기 동안 심리평가의 목적과 윤리를 바탕으로 하여 심리평가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심리검사를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시하는 것, 또한 심리검사의 결과를 정확히 해석하고 그것을 이용해 수검자의 심리평가 의뢰 사유에 정확히 대답하는 것 등을 배웠다. 그중에서도 교수님께서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기신 두 가지 학습 목표는 심리평가를 진행하는 평가자로서 수검자에 대한 윤리의식을 가지는 것과 심리검사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실제 몇 가지 심리검사를 시행해보면서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었다. 심리평가와 심리검사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심리평가가 단순히 하나의 검사 도구만을 통해 사람의 모든 면을 꿰뚫어 보는 단순한 과정이 아님을 강조하신 교수님께서는 심리평가 의뢰자가 심리평가를 받는 목적이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의뢰 목적에 맞는 평가결과를 기대한다고 하셨다. 그러므로 심리평가를 진행하는 심리학자, 특히 심리적 증상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임상 전문가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고, 또한 심리평가의 결과 해석이 단순히 심리검사 규준에 따른 점수 해석이 아닌 평가자의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평가자의 말이나 단어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가 될 수 있으므로 다른 분야의 윤리기준보다 더욱 엄격한 윤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러한 수업내용은 내게 심리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했는데, 평소 심리학을 사회과학의 연구 분야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사람을 연구하는 심리학자가 사람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이 있었고 따라서 통찰력으로 사람을 꿰뚫어 보는 차가운 이미지로 심리학자들을 그려왔는데, 실제 심리학이 사용되는 현장에서는 심리학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배려하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심리학이 개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수업에서 배운 심리검사의 종류는 웩슬러 지능검사(K-WAIS), 다면적 인성검사(MMPI-2), 문장완성검사(SCT), HTP검사, 로샤검사(Rorschach), 주제통각검사(TAT) 등 매우 다양했는데 각각의 검사마다 검사가 제작된 배경, 검사를 제작하는데 사용된 이론적 근거, 검사의 발전 과정, 구성 개념, 실시절차, 검사의 규준과 규준에 따른 결과 해석방법을 배움으로써 각각의 심리검사에 대해 심도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강의가 구성되었다. 많은 심리검사를 배우는 만큼 학습량도 매우 많고 어려웠지만 다른 전공강의보다 흥미롭고 유익하다고 느낀 것은 교수님의 뛰어난 강의력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의 수업방법 중 가장 좋았던 것은 실제 임상 장면에 오랫동안 몸담고 계시던 교수님께서 직접 경험하신 다양한 일들을 바탕으로 수업내용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시고 실제 임상 장면에서 검사들을 이용한 사례들을 항상 강의 끝에 들려주시면서 실제로 심리검사가 이런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으로서 수업에서 배우는 이론이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특히 각각의 검사들의 실시절차에 대해 수업하실 때에는 검사 도구를 직접 가지고 오셔서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실제로 시연하시기도 하고 검사 실시절차에 대해서 말로만 설명하시는 것이 아니라 본인께서 직접 진행하셨던 실시절차를 직접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심으로써 학생들에게 심리검사에 대해 훨씬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셨다. 다양한 심리검사를 배우는 이 과목에서 각각의 검사를 이론적으로만 접근했더라면 쉽게 지루해지고 실제로 와닿지 않았을 텐데 교수님의 세심한 수업 방식 덕분에 심리검사에 조금 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고 검사를 깊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다면적 인성검사와 문장완성검사를 실제로 진행한 후 직접 본인의 검사 결과를 해석하여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기말과제는 한 학기 동안 배운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보고서를 실제로 작성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는데, 단순히 검사 점수가 뜻하는 바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점수가 의미하는 바와 이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 될 것인가에 대한 가설을 세우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 보고서를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양측의 관점에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심리검사를 받은 사람의 삶에 잘못된 영향을 주는 과잉해석을 하지 않을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고 조심스레 보고서를 작성해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보고서를 쓰는 평가자의 관점에서 내 인생에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장면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이 현재의 나의 생활이나 전반적인 성격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고서를 쓰는 과정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한 학기를 지내다 보면 학기 초에는 에너지가 가득해서 수업도 열심히 듣고 이것저것 해 보려는 시도도 자주 하지만, 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대부분 그저 수업을 꾸준히 듣고 과제를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학기 초의 다짐이나 마음가짐을 잃곤 했다. 그러나 심리검사 및 실습 과목만큼은 끝까지 수업을 듣고 수업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한 학기 수업을 ‘잘’ 끝내고 싶었다. 수업을 통해 나를 이해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고, 심리학자로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운 것인지, 잘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많이 느꼈고 결국 이것이 내가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